여한 없이

여한 없이~ 인자하고 도인 같은 선생님. 학장 서리로 계실 때 모교회 강사로 모신 적이 있다. 타문화권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이웃종교의 구원에 대한 좌담의 자리에서 뵈었다. 제자의 다른 생각도 너그럽게 들어주시던 선생님께서 여한 없는 삶을 사시고 하늘나라로 이사하셨다.

 

부활절쯤 하늘을 떠다니는 열기구를 보며 타보고 싶었던 적이 있다. 소원은 이뤄진다더니 수많은 열기구와 함께 벅찬 새날을 가파도기아에서 맞았다.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이 과분하다. 언젠가 맞을 마지막을 생각한다. 미련도 줄이며 남김없이 소진하는 이슬 같은 삶을 연습한다.(14/07/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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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지막~호흡이 그칠 날은 누구에게나 온다. 세월의 흔적을 느끼면서도 아직 나와는 먼 것으로 외면한다. 임종을 앞둔 환우와 가족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세월의 흐름 늙음 병듦 앞에 머리 숙일 수밖에 없고 진솔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줌의 유골 앞에 그리워할 것이다. 

 

남아있는 시간과 삶 앞에 무엇을 더 계산하며 불필요한 일에 마음을 빼앗기랴.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란 시구처럼 아름다운 지금의 삶은 값지고 소중하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하늘의 뜻을 땅의 사람이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내 삶의 뒤안길을 바라본다.(7/07/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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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줄임

말 줄임~ 작년 말부터 목이 잠기는 불편함이 있었다. 나아지길 바랐지만 증세가 더해졌다. 다니던 의원에선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안내해 줘 진료를 받았더니 수술할 것을 권유한다. 한 달 정도는 말하면 안 되고 계속 목을 살펴야 한다니 여러 복잡한 생각 속에 일정을 잡았다.

 

예약이 어렵다는 다른 병원을 알아봤더니 이틀 뒤 가능한 기회를 얻었다. 진단은 같았지만 3개월 약을 먹어보고 진전이 없으면 수술을 해야 한단다. ‘말 못 하는 고통이 가장 괴롭다‘는 농학교 후원자의 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일상의 당연한 것이 감사의 이유다.(20/0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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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뻥튀기~ 어린 시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쌀과 옥수수를 튀겨주는 아저씨가 오셨다. 당신이 먼저 귀를 막으며 “병이요”라고 외치면 따라 행동한다. 자그만 곳에서 요술처럼 구순한 냄새와 함께 내용물이 부풀어져 나온다. 뻥치는 사람, 폄하하는 무리들의 본래 모습은 연약하다.

 

“배려와 겸손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을 뻥튀기하라 나 혼자 사는 세상 아니다“ 누구의 글인지 공감된다. 결국 밝혀지고 말 텐데 허풍과 왜곡에 유혹된다. 남의 떡은 더 부풀려졌을 뿐이다. 다양한 주장 속에 상대방을 설득하기 힘들다. 진심이 가열되면 진심이 나온다.(17/0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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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님

신랑님~ 오랜 시간을 해외에서 목회하며 보냈다. 깔끔한 사택에서 생활하다 갑자기 두 주에 한 번씩 렌트비를 내야 했다. 지출 비중이 컸고 주인의 계획에 따라 숨죽여야 했던 시절도 보냈었다. 이런 사진을 찍으니 무척 행복한 줄 알겠지만 과분한 은혜의 빚임을 알고 있다.

 

아는 분이 지불한 웨딩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돼서 얼떨결에 찍게 됐다. 스튜디오에 갔더니 신부님이 어디 계시느냔다. 왜 목사에게 신부의 동정을 묻지? 곳곳에 마련된 공간을 돌며 주인공이 됐다. 포즈를 취하고 애써 웃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세월의 무게보단 적을 거다.(15/0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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