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 겨울산을 다녀왔다. 눈 내린 후 얼어 있는 곳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보조 기구 덕분에 염려를 줄이고 차가운 날씨지만 멋진 풍경을 누렸다. 나무 계단들은 아이젠과 스틱이 남긴 상처로 신음 중이다. 넘어지지 않으려다 상처를 주고받는다. 예측 불가능한 삶의 진통 속에 먼 곳 보고 간다.
소원~ 성탄절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어린이들에게 물었다. 나도 없는 강남 넓은 아파트를 갖고 싶단다. 그들을 통해 내 마음을 살핀다. 새해 정성으로 적은 기도 요청 카드를 받았다. 비행 중에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아룄다. 더 가까운 곳에서 들으셨을 테니 효험을 기다린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연들이다. 부르심 따라 전달했으니 그분의 고민이 시작됐다.
고구마~무뎌진 마음과 반복된 경험은 그러려니 하게 한다.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런 감정을 반전할 수 있을 거다. 어둠과 빛은 가려주고 빛나게 한다.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라이팅 행사를 마쳤다. 말로만 듣던 유명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봤다. 지휘자는 좋은 무대 매너로 투자한 것이 아깝지 않게 한다. 작은 배려와 생각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아름답게 기억된다. 먹는 게 남는다는 말처럼 정성 들인 군고구마가 추운 발걸음을 녹였다.
지나침~ 산은 찾을 때마다 반겨준다. 변함없고 후회됨이 없다.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이른다. 가보지 않은 곳이 많지만 욕심이다. 익숙한 곳을 찾다 보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온다. ‘지나치게 의인이나 지혜자가 되지 말라’고 전도서는 말씀한다. 지나침의 얼음 위를 걷고 있다. 돌아보니 모자라지만 간신히 마쳐지고 있다. 용기 내고 머리 숙일 수밖에 없다. 아쉬움 달래며 걸어 집까지 왔다.
손길~ 예배를 마치자마자 일찍 식사하는 분이 계시다. 큰 체구에 엷은 미소를 띤 미국장로교 동아시아 책임자인 협동 목사시다. “몸이 어쩜 그리 날렵하시냐”, “먹기를 탐하시는 것 아니냐"라는 농담도 넉넉함으로 받아주신다. 알고 보니 설거지하기 위해 먼저 식사하신단다. 교우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여러 경험을 공유하신다. 어젠 설거지를 마치고 오후 예배는 익스큐즈 하신다며 바람과 함께 가셨다. 섬기러 오신 그분 따라 애쓰심, 누군가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