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

손길~ 예배를 마치자마자 일찍 식사하는 분이 계시다. 큰 체구에 엷은 미소를 띤 미국장로교 동아시아 책임자인 협동 목사시다. “몸이 어쩜 그리 날렵하시냐”, “먹기를 탐하시는 것 아니냐"라는 농담도 넉넉함으로 받아주신다.



 

알고 보니 설거지하기 위해 먼저 식사하신단다. 교우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여러 경험을 공유하신다. 어젠 설거지를 마치고 오후 예배는 익스큐즈 하신다며 바람과 함께 가셨다. 섬기러 오신 그분 따라 애쓰심, 누군가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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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이대로~ 시드니에 블루마운틴이 있다면 북한산엔 오봉이 있다. 백운대와 인수봉 그리고 숨은벽이 친척같이 마주하고 있다. 이름 모를 기암괴석들이 세월을 품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규모를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것들이다.

 



내가 하는 일을 돌아보니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안 하기 힘든 일도 많다. 잘하는 것도 별로 없다. 할 수 있더라도 티도 나지 않는데, 못하는 일은 금방 눈에 띈다. 무거운 머리로 걷고 둘러보니 있는 그대로가 걸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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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망설임~ 어린 시절 둘째 딸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한 적이 있다. 바에 다리를 올려놓으려 무진 애를 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감사절을 맞아 교역자 가족이 백조와 흑조가 됐다. 서툰 몸짓으로 무너지는 출연진들을 보며 모처럼 맘껏 웃으셨단다. 

 

부 교역자에게 미룬 몫이 내게까지 왔다. 의상을 만들고 머리띠를 하고 손을 모으고 뻗고 턴을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별것을 다한다는 주저함을 뒤로하고 그들의 기쁨이 됐다. 내려놓고 기꺼이 함께해 주신 흑백조들 계시니 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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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라이팅~ 인적이 드문 계단 많은 골목이 서촌 끝자락에 있다. 조명의 화려함으로 가득한 건물과 공간이 늘어난다. 물질의 풍요함 속에 승자독식 시대를 살고 있다. 어둠 속에 빛은 주변을 밝히지만, 너무 호화로워 판단과 가치를 흐릴 때가 있다.



 

변두리에 오신 그분은 빛이시다. 잊혀진 주인공을 위해  거룩한 낭비를 해보련다. 한계가 많지만 스토리를 담아 값지게 꾸며보고 싶다. 소시지와 양파를 식빵에 감싸 커피와 함께 오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다. 한사람에게 위로와 소망되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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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첩첩산중~ 설악산 대청봉을 35년 만에 올랐다. 드넓은 높은 산들과 깊은 골이 장관이다.염려 없이 올랐던 때와는 달리 이젠 무거워진 몸을 스틱에 의존하며 간신히 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여러 산등선을 오르고 내리니 정상이다. 흩어진 돌에 걸려 넘어질 뻔도 했다. 힘든 일들 부딪히다 보면 답이 있다. 산행을 마칠 무렵 순식간에 어둠이 왔다. “끝판에 조심해”라고 누군가 말하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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