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3 16:56

연못 두 개

조회 수 8362 추천 수 1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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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연못을 두 개 만들었다.
연못이라기 보다는 그냥 폐플라스틱통을 마당에다 두 개 묻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큰 통 두 개를 묻고 거기다가 퇴비를 잔뜩 섞은 훍을 반쯤 채워넣고 가운데는 수련을 심고 가장자리에다 택사, 물쑤세미, 미나리, 큰고랭이, 삼백초, 창포, 참좁쌀풀, 속새, 보풀 소귀나물 등 수생식물들을 심었다. 그리고 맑은 물을 찰찰 넘치게 채워주었다.
처음에는 물이 뿌였고 흐리더니 며칠이 지난 다음에 보니까 물이 맑아 졌다.
과연 수생식물들의 자정능력은 대단히 우수했다. 수련들이 처음에는 몸살을 하더니 며칠 지나니까 새잎이 나면서 금방 적응을 했다. 주변 식물들도 몸을 꼿꼿이 세우면서 자리를 잡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한 일주일 지나서 보니까 언제 들어왔는지 개구리 한 쌍이 입주해 있었다. 한 놈은 크고 또 한 놈은 조금 작다. 큰 놈이 암놈이고 작은게 숫놈이다.
물방개도 날아와서는 자맥질이 한창이다. 하루살이들이 날아와서 개구리의 먹이가 되어주고있었고, 수생식물들은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내뿜어주고 있으니 이제 과연 명실공히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 것이다.
인공으로 만들어도 조건만 잘 갖추어주면 이렇게 하나의 자연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땅에 묻은 조그만 통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태계의 사이클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당연하다고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신비하다는 것이다. 우선은 그 못 안에 생태 싸이클이 이루어지도록 배운대로 과학적인 조건을 다 갖추어 주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또한 신기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아무리 이론적인 조건이 맞는다고 할 지라도 어떻게 그 식물들이 각각 자기의 역할을 그토록 철저히 수행하여 이토록 맑고 깨끗한 물로 만드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어디에서 어떻게 알고 불과 며칠 사이에 양서류인 개구리가 찾아 들어오고 곤충인 물방개가 날아 들어오느냐는 것이다. 우리 있는 곳 긑처에서 연못이나 시냇물이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식물들만 있던 조용한 연못에 움직이는 생물들이 소란하게 왔다갔다 하니까 갑자기 활기가 넘친다. 신기하다는 눈으로 보면 자연은 너무나도 신비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생태계는 스스로 온전히 존재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우리 인간은 거기에 간섭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고 또 설사 간섭하여 파괴되었다 하드라도 관심을 두고 아주 조그만 도움을 주면 금방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인공으로 만든 연못도 이렇게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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